일상기록
펠로우십 지원 시작 (1)
또 다시 자소서를 쓸 시간이다!

6월 5일부터 ERAS 지원이 시작되었다.
앞선 포스트에서도 언급했듯, ERAS는 미국 내에서 전공의(Residency) 및 펠로우십(Fellowship) 과정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는 플랫폼이다.
2022년 7월, 전공의 지원을 위해 ERAS를 이용했었다. 그리고 올해 2025년 6월, 어느덧 3년의 시간이 흘러 펠로우십 지원을 위해 다시 원서를 쓰고 있다.
고등학교, 학부, 의과대학, 전공의 과정… 수많은 지원서를 써왔지만 이 과정은 몇 번을 반복해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 이제껏 쌓아온 이력을 정리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는 과정. 이 모든 과정이 익숙하면서도 때로는 부담스럽고 성가시게 느껴지기도 한다.
위 표에서 보이듯 6월 5일부터 ERAS 토큰(Token)이라는 것이 발급된다. 이 토큰을 발급받은 다음부터 지원 사이클에 참여할 수 있다.
이제 7월 2일까지 내 지원서를 마무리하고 갈고닦아 제출하는 일이 당장의 내 목표다.
물론 위 표에서도 보이듯 프로그램들이 내 지원서를 실제로 볼 수 있는 날은 7월 16일부터이므로, 그전까지 모든 서류가 완료되면 큰 문제가 없다고는 하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펠로우십 지원은 레지던트 지원 때와 큰 구조적 차이는 없다. 자기소개서(Personal Statement), 이력서(Curriculum Vitae, CV), 그리고 추천서를 업로드하게 된다.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모습
자기소개서를 쓸 때면 언제나 삶을 반추하게 된다. 내 삶의 궤적을 하나로 묶어 내가 어째서 이 길에 지원하는지, 그럼으로써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를 설명해야 하니까.
쉽지 않은 일이다. 동시에, 내가 정말로 이 길을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내 스스로 확신이 없다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리 없다.
그만큼 자기소개서를 쓰는 과정은 꽤나 중요한 동시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즐거운 과정이기도 하다.
이력서
이력서는 사실 크게 더 붙일 내용이 없다.
어떻게 보면 간단명료하게 내가 어떤 일을 하며 살아왔나 가감 없이 서술하는 과정이다.
다만 ERAS는 내 모든 경험을 다 쓰기보다 그중 특히 중요한 10가지를 적으라는 제한을 둔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지원자마다 다양한 경험이 많을 텐데, 그걸 다 읽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까.
“저기요, 이걸 다 읽으라는 겁니까?” 너무 긴 이력서는 면접관의 시간을 뺏을지도 모른다
개인의 다채로운 삶을 서류라는 평면 안에 오롯이 담기란 어렵다. 그런데 뭐 어렵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장 잘 보여줄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할 뿐이다.
삶은 평면이 아닌 입체로 존재한다.
추천서
추천서를 부탁하고 받는 과정은 항상 긴장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추천받을 만큼 잘 살아왔는지 반추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추천서 제도가 보편화되어 있기에 추천을 요청하는 일이 결코 이상하지 않고, 상급자로서도 어느 정도 예상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부탁하는 입장에서는 흔쾌히 써 주시는 멘토를 만나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 (작성 과정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미리미리 부탁드리는 것이 예의다.)
다행히 나를 좋게 봐주신 분들 덕분에, 이번에도 훌륭한 추천서를 받게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저 펠로우십 지원에 대한 감정을 적으려 했는데, 적다 보니 어느새 지원에 필요한 요소들을 망라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외에도 난데없이 의과대학 시절 성적표와 Dean’s letter를 요구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지만, 다행히 잘 해결했다.
이제 남은 일은 자기소개서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어떤 경험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하며, 가장 중요한 부분인 어떤 프로그램에 지원할지 검토하는 과정이다.
미국에서는 프로그램과 지원자를 엮어주는 이 시스템을 ‘매치(Match)’라 부른다. 단순히 ‘지원(application)’을 순화한 표현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보다 적절한 단어는 없어 보인다.
프로그램이 훌륭한 지원자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원자 역시 자신의 관심사와 잠재력을 가장 잘 발휘하게 해 줄 프로그램을 물색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서로를 높게 평가하면 ‘매치(Match)’, 즉 합격이 성사되는 셈이다.
자세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독특한 시스템이자 작명이라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참 적절한 네이밍 아닌가 싶다.
무튼, 정말 내가 앞으로의 2년을 보내고 싶은 곳은 어디인지 다시 한번 고민하기 위해 미국에 존재하는 임상정보학(Clinical Informatics) 프로그램들을 하나하나 알아봐야겠다. 아마 7월에 지원하는 순간까지도 이 과정을 반복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니 몹시 긴장되고 떨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즐겁다. 아무쪼록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결과가 있을 수 있기를.
어디로 향하게 될까? 방향은 있지만 목적지는 모른다. 걷다 보면 닿는 거기가 내 목적지가 될 뿐이다.
해당 카테고리 다른 글 보기
더보기 →
CGM 사용기: 실시간으로 보는 내 몸의 변화
Stelo CGM 2주 사용 후기

뉴욕 주 교외 지역 여행기
단풍이 본격적으로 들기 전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
![[미국 수련 이야기] 2년차의 첫 내과 병동](https://i.imgur.com/OImzeTV.png)
[미국 수련 이야기] 2년차의 첫 내과 병동
1년차 인턴의 업무와 2년차 레지던트의 업무는 다르다. 나는 과연 잘 적응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