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정보학 관련 학회는 여기저기 많다. 하지만 그 중에 총본산을 하나 꼽자면 미국의료정보학회 (American Medical Informatics Association, AMIA)가 꼽힌다.

AMIA에서는 해마다 3가지 큰 행사가 일어지는데, 이번의 연례 심포지엄 (Annual Symposium)은 그 중 제일 큰 행사이다. 주말동안 토요일부터 수요일까지 계속되는데 나는 일정 상 3일차부터 참석했다.


필자 사진이다. 뻘줌해 보이지만 사진은 언제나 옳다

첫째 날

나에게는 첫째 날이지만 학회 차원에서는 셋째 날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자 말자 바로 일단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학회는 힐튼 호텔에서 열렸는데, 학회장 근처에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호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시위였다.


시위 관련 핸드아웃

내가 참석한 첫 번째 자리는 AMIA Clinical Informatics Fellowship (ACIF) 단체 미팅이었다. 의료정보학 (Clinical Informatics, CI) 펠로우들을 위한 자리이지만 나는 이 펠로우십에 관심이 있으니까 그냥 참석했다. 나 말고도 CI 펠로십에 관심있는 다른 레지던트들도 있었다. CI펠로우십의 현황 및 최근 졸업자들의 취업 현황 등 다양한 측면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또 내가 CI 펠로우십에 대해 알아보며 느꼈던 중 하나가 명확하게 펠로우십에 관해 소개 된 페이지가 없다는 부분이었는데, ACIF 차원에서 이런 부분들을 해결하려 노력하는 측면이 인상깊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새로 개장 중에 있는 ACIF의 홈페이지다.

https://www.acifellows.org/ 라는 사이트를 ACIF 차원에서 만들고 있다 하는데, CI 펠로우십에 지원하는 과정, 현재 열려 있는 CI 프로그램 목록 등 다양한 펠로우십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한다. 아마 내년 초쯤에 본격적으로 모든 정보들이 완비될거라 하는데 CI 펠로우십에 관심 있는 사람은 참고하면 되겠다. (지금은 페이지가 모바일 친화적이지는 않은 등 아직 홈페이지 구성이 완료 된 상태는 아니다)

이렇게 펠로우들끼리 소샬라이징 하는 장소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 다음 강의로는 소셜 네트워크 관련 강의를 참석했다. 퍼스널 브랜딩이 중요해진 요즘 시대에 즐겁게 들은 강의였다. 제일 강조 된 부분은 꾸준함이었는데, 말은 쉽지만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NLP 강의를 잠깐 듣다가 호텔 체크인 시간이 되어 나왔다. 힐튼 호텔은 아무래도 숙박하기엔 너무 비싸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근처 호텔이 묵었다.

저녁에는 CI 펠로우들 뒷풀이 술자리에 가서 사람들과 교류했다. 호텔 근처 Local Edition이라는 술집이었는데 분위기도 괜찮고 칵테일도 맛있었다. 각 프로그램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가장 신기했던 부분은 내 레지던시 프로그램 동기의 베스트 프렌드와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 세상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좁다.


Local Editions 바 내부 풍경. 출처 futurebars.com

이후에는 쉬려고 했지만, 지인의 소개로 AMIA에 참석 중인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굉장히 즉흥적인 만남이었는데, 최근 한국에서 연수를 마친 학부 동기의 주선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회를 갖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분은 서울 아산병원과 삼성병원을 거치며 노인의학과 디지털 헬스케어에 관심을 두고 계셨고, 나와 비슷한 또래임에도 벌써 두 자녀를 슬하에 두고 계셨다 (정말 대단하시다!). 함께 나눈 이야기를 통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매우 뜻깊은 만남이었다. 만남은 Kokkari라는 식당에서 이루어졌는데 음식도 맛있었다.

Kokkari 에서먹었던 음식 사진

이렇게 의미 깊은 만남을 뒤로 하고 첫 번째 날은 마무리했다.

두 번째 날

두 번째 날 오전에는 는 다양한 강의들을 들었다. NLP 관련 강의들에 관심이 있어 suki.ai 라는 업체의 프레젠테이션 및 Me-LLaMA라는 LLM 모델 강의를 들었다.

Suki AI는 AI 기반 의학 서기(AI Scribes)가 어떻게 부가적인 업무 절차를 지원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었다. 주요 내용으로는 환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의료진의 차팅(charting) 업무를 줄여주는 방법에 대해 다루었다. 특히, 의사들이 시간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업무가 (특히 미국에선) 차팅, 메일 분류, 차트 준비, 진료 노트 작성, 주문 준비, 의뢰서 작성 등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이러한 업무를 AI가 지원함으로써 직원들의 번아웃 감소, 업무 흐름 최적화, 인력 부족 문제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실제 해결책을 시연하지는 프레젠테이션 내 시연하지는 않아서 아쉬움이 있었다.

Me-LLaMA 관련 강의는 나도 LLaMA를 만져 본 적 있는지라 더 재미있었다. 의학 도메인에 최적화하도록 LLaMA 13B/70B 모델을 pre-train 및 tuning하였는데 training data로는 MIMIC 데이터가 사용되었다. 사람이 너무 몰려 사실 나느 복도에서 들어야 해서 자세히는 못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상단에 링크한 Me-LLaMA의 PhysioNet 링크 혹은 Arxiv 링크를 참고하면 되겠다.


Me-LLaMA 의 PhysioNet 페이지 스크린샷

이후 점심 시간에는 첫째 날 만났던 선생님의 소개로 서울대의 의료정보학 교수님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국내에서 권위자로 불리는 분과의 만남을 통해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 앞으로 커리어를 발전시켜 나갈 방향에 대한 청사진도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내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 성장할 동기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기회를 주선해주신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후에는 샌프란시스코 내 무인 택시 서비스인 Waymo를 타고 인앤아웃 버거를 먹으러 갔다. (우려했던 것 보다 자율주행이 엄청 안정적이었다!)

*웨이모를 타고 이동하는 동영상. *

서부의 자랑 인앤아웃 버거에 대한 감상은 가격 대비 맛있다 정도? 저세상 물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10불대로 점심을 해결 할 수 있다는 메리트는 엄청났다. 버거 맛이 특출나단 느낌은 아니었지만 (특출나긴 힘들다 패스트푸드점이니까) 가격을 생각 할 때 전반적인 만족도는 훌륭했다. 프랜치 프라이도 맛있었다.

이후에는 Wearable and Go 라는 세션에 참석해서 웨어러블 기기의 임상적 사용 등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여러 기술적인 부분 및 발전이 언급되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환자 토큰 발행 및 탈중앙화된 의료 기록 관리 관련 발표가 있었는데, 국내에서도 메디블락 때 나오던 이야기 아닌가 싶어 그리 솔깃하진 않았고 NFT는 항상 투기가 떠올라서 기술 자체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의학 분야에서 활용한다는 부분에 다소 우려가 들었다. 이외에도 기술적으로 웨어러블 데이터 분류를 어떻게 향상시킬지, 음성 인식 기반 자가 모니터링 어플리케이션 (알렉사 기반)의 성능 및 환자에게 끼치는 결과는 어떠했는지, EHR 및 환자 모니터링 데이터를 이용한 입원 예측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등의 여러 강의들이 있었다. 내 주 관심 분야이기도 해서 아주 흥미롭게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에는 학회에 참석한 다양한 업체와 학교들의 전시 부스를 둘러보았다. 특히 눈에 띄었던 것은 EMR 관련 기술들이었다. Cerner를 포함해 Epic 등 다양한 EMR 업체들이 대형 언어 모델(LLM)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는데, 이를 통해 환자 요약, 특정 질환의 진단 시점, 관련 검사 이력, 질환의 악화 및 재발 시기 등 복잡한 차트들을 여러 개 뒤져야 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이러한 기술은 의료진의 업무를 더 편리하게 만들어 주기에 정말 긍정적으로 느껴졌다. 몸이 편한 건 언제나 옳다!

이후에는 팔로 알토로 이동하여 거의 8년만에 보는 학부 때 동기 형님과 만나 식사자리를 가졌다. 팔로 알토 야경이 이뻐서 낮에 갔어도 엄청 좋았겠다 싶었다 (다음날 비가 온건 안 비밀)

팔로 알토 길거리

마지막 날

마지막 날에는 OpenAI와 Ambience Healthcare가 참여한 The Future of Clinical AI 세션에 참석했다. OpenAI 측에서는 GPT 모델의 학습 과정과 인간 피드백을 통한 강화 학습 (Reinforcement learning from human feedback, RLHF)이 어떻게 모델을 개선시켰는지 설명했다. OpenAI측은 GPT를 임상적으로 적용하는데 있어서는 더 나은 임상적 추론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 역시 이야기했다.

Ambience는 앞서 언급한 Suki와 비슷한 의료 서기 AI였는데, 진료 중 대화를 기반으로 외래 기록을 만들거나, 외래 환자 방문 전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주거나 (pre-charting), 외래 이야기 나누는 중 의사가 입력해야 하는 질병코드를 입력해주거나, 약 처방 시 보험을 해결하기 위한 prior authorizaiton을 해결하던가 하는 부분이 눈에 띄였다. 상당히 재미있는 세션이었다.

마지막 클로징 리마크에서는 여러 수상자들과 Distinguished Papers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 모든 내용을 다 정리하지는 못했다. 발표 중 PPT를 링크에 올려줄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게시되지 않은 것 같다. 나중에 자료가 올라오면 해당 페이퍼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일듯?



다음 심포지엄은 아틀란타에서 열린다. 아틀란타에서 만나요~

이렇게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MIA Annual Symposium이 마무리되었다. 직접 발표는 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의료정보학 분야의 최신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고,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과의 만남은 매우 귀중한 경험이었다. 특히 약 2,500명이 이번 컨퍼런스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내가 속한 이 분야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어 고무적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정진하겠다. 갈 길이 멀구만 😂😂